왕의 건강 상태는 국가 기밀이다
옛 소련의 국가 원수였던 브레주네프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중앙 정보국(CIA) 공작원들은, 브레주네프가 묵은 호텔 방의 바로 아래층 방을 몰래 빌렸다고 한다. 그것은 브레주네프의 화장실 변기에서 내려오는 ‘큰 것’을 채취하고 검사해 그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언제쯤 죽을 것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CIA 보고서는 이 공작이 성공했다고 쓰고 있다.
한편 세종 23년(1441) 11월 20일 조정은 청나라에 간 조선 사신 고득종이 왕의 허락 없이 세종 대왕의 병을 알리고 청의 황제로부터 약재를 얻었다는 사실로 소란스러웠다. 「세종 실록」에 따르면 고득종은 청의 예부 상서 호영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우리 전하께서 요즈음 북쪽 오랑캐가 변경을 침략해 밤낮으로 근심하시기 때문에, 소갈병을 얻은 데다 또 안질이 계셔서 청나라 조정에 아뢰어 의약을 묻고자 하나, 다만 번거롭게 할까 두려워 감히 못할 뿐입니다.
고득종은 아마도 세종의 건강을 걱정하는 충성심에서 이 같은 말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외교관으로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세종 대왕은 이 때 고득종과 함께 있은 서장관 김담을 비롯해 이순지·김지·김한·김신 들을 의금부에 가두고 심문하도록 했으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고득종에게는 체포령을 내렸다. 국가 원수의 건강 상태는 때로 국가 기밀일 수 있는 것이다.
